혼혈인데 요즘 제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많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1살인 대학생 남자입니다. 제목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혼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1살인 대학생 남자입니다. 제목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혼혈입니다. 저희 부모님중에 어머니가 필리핀 분이시고 아버지가 한국분이세요. 근데 사실 제 입으로 혼혈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그저 피부가 좀 어둡고 주위 한국애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말도 안되게 놀림받고 차별받아서 그런지 제 기준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혼혈로 살아가는것은 상당히 쉽지 않은 삶인걸 깨달았거든요 ( 그래서 사실 10대때는 제가 혼혈임을 믿고싶지도 않았고 부정하고 살았습니다. ) 당연히 민증상에는 한국인, 대한민국 정규교육을 받았고, 한국인의 정서를 배우며 자라왔기에 당연히 제 정신적으로나 민족적으로도 저는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아침마다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 제 얼굴을 보면 그렇지가 않더군요.. 점점 더 필리핀사람처럼 변해가는 제 모습을 보면 도대체 제 정체성은 어디에 두는것이 맞는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고 싶지 않았는데 계속 생각이 들더군요.. 계속 부정하려 해봐야 제 자신을 부정하는 꼴인것 같더라고요. 21살이나 나이를 먹어놓고 이런 유치한 생각이나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뻘글인것 같기도 합니다. " 그냥 넌 한국에서 자라온거니까 한국인이지 그럼 된거야 " 맞는데.. 뭔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우리나라가 너무 좋습니다, 그렇기에 이 나라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능력을 키운다음에 존경받는 어른분들처럼 자리를잡고 한국 여성과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근데 그 목표에 가까워지려고 하면 할 수록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순적으로.. 암암리에 다르게 보거나 차별을 하더군요 10여년간 그런 시선을 받아와서 살아왔기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으나 요즘들어 회의감이 들더군요. "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이긴하지만 앞으로도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게 과연 맞을까? ".. 사실 저도 학창시절때는 부모님 원망도 많이했고 (원망한다고 달라지는건 없지만) 저 애는 가만히 편하게 앉아있어도 괜찮은데 나는 가만히 앉아있는것조차 신경써야하는구나.. 분명 나도 똑같이 공평하게 태어났고 학교에 입학한것일 뿐인데 왜 나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다르게 대우받으면서 놀림받아야 하는거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떄도 좀 조심스럽습니다.. 나 좀 다르게 생겼는데 안 좋게 보진 않을지.. 당당하지 못합니다, 친구관계도 수평관계여햐 하는게 정상인데 뭔가 수직관계 느낌이 날떄도 있고.. ) 뭐 그 덕분에 제 자신에 대해서 성찰을 많이할 수 있어서 제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게되서 지금의 제 가치관이나 자아자체는 다른 또래 21살에 비해 많이 성숙하다고 생각을 하여 큰 자산이라고 자부하고 있기는 합니다.. 근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이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더 커갈 수록 제 외관은 100% 필리핀인으로 더 짙어질텐데 그때마다 드는 제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글을 두서없게 쓰게 되었는데 최근에 또 어떤 시선을 받게되어서 심란해서 회포를 푸는겸 그냥 글 써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게 맞을까요? 물론 저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살아갈겁니다.. 근데 거울을 볼때마다 느끼는 낯선 제 모습을 볼때마다.. 고개 숙이며 살아가는 제 자신을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남은 인생 살아가는게 맞을지 저보다 생각이 깊으신 분들의 고견이 궁금합니다ㅠㅠ 장황하게 너무 글을 써버렸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질문자님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이렇게 솔직하게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에서 혼혈로 살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과 편견을 동반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질문자님이 느껴오신 상처와 혼란은 결코 유치하거나 사소한 고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는 성찰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자님이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느끼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한국어를 쓰고, 한국의 문화를 배우며 살아오셨으니까요. 동시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외모나 혈통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아닙니다. 둘 다 그대로 질문자님의 일부입니다.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실 때 꼭 하나로만 정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한국인이면서도 필리핀 혈통을 가진 사람이다.”
이렇게 다층적인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접근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가 여전히 다양성에 익숙하지 않아서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을 겪게 되는 점은 분명 아쉬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사회도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님처럼 당당히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는 물음에는 “질문자님이 원하는 삶을 그대로 살아가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이 좋고, 한국에서 자리 잡고 싶으시다면 그대로 꿈꾸고 노력하시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혹시 차별적인 시선을 받더라도, 그것이 질문자님의 가치와 자격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만약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계속 힘들게 다가오신다면,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모임에 참여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성숙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태도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님의 앞날에 좋은 일들이 많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