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올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자퇴한 청소년이에요.클래식 악기를 전공하고싶어 연습시간을 늘리고자 자퇴했어요. 그런데 자퇴를 하고도 제 진로에 확신이 안서서 많은 고민을 하고있어요. 음악을 하면서 ‘이게 정말 내 길이구나‘싶을때도 있지만, 너무 하기 싫고 내 길이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부모님이나 레슨선생님은 다른 길로 새지 말고 하던거 잘 하라고 하시는데, 정말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은 지울 수가 없어요.비평준화 일반고에 다녔고, 올해 다닌 한 학기는 5등급제이지만 사교육 없이 내신 1.0으로 끝냈어요. 제 석차란에 나온 ‘1‘을 보면서 학교 교과목 공부에 미련이 더 남아요. 부모님은 제가 음악을 하길 원하시고, 학교 선생님들은 성적이 아깝다 하시며 자퇴를 말리셨어요. 학교 다니면서 악기 연습도 해야하고 레슨도 먼 지역으로 다녀야 해서 하교 후에는 공부 할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평일에 레슨이 있으면 그날은 하교 후에 공부를 아예 하지 못했고, 레슨이 없는 날에도 한두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나지 않았어요. 주말에도 연습이랑 레슨때문에 공부 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요. 그래서 등교 전 시간이나 쉬는시간, 점심시간, 등하굣길의 대중교통 등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어요. 좀 아쉬운 성적을 받았을 때, 때때로 ’이정도 공부해서 이만큼 나오면, 공부에만 집중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부모님은 공부에만 집중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제 전교 석차가 1인걸 보고 부모님은 조금 기뻐하셨는데, 공부도 좀 하는 애가 자기 길 가려고 자퇴했다는것에 자부심을 갖고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악기로 대학을 가는게 공부로 가는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게 부모님 생각이에요.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음악을 잘 하고있는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클래식 음악을 하는 다수의 친구들보다 늦게 전공을 시작했고, 아직 규모가 큰 대회나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낸 적도 없어요. 어릴때는 유명한 연주자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이제 일자리 걱정도 해야 하고, 대학 가는것부터 고민이에요.넉넉하지 않은 저희집에서, 부모님은 제게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고 계세요. 지금까지 음악에 투자해온 모든 노력이 너무나도 아깝지만, 음악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를 할 때는 누가 그만 하라 하기 전까지 집중력있게 하는데, 악기 연습을 할때는 5분에 한번씩 딴짓하다가 혼나요. 물론 지금 제게 악기는 반드시 열심히, 잘 해야하는 것이고, 공부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있는거라 더 흥미있는거라는건 압니다. 자주 겪어온 정체기마다 음악을 하겠다 했다가 안하겠다 했다가, 자꾸 마음바꾸고 부모님을 힘들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최근에도 부모님께서 마지막으로 번복 할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음악을 하겠다 했어요. 다시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 며칠만에 또 접어버렸어요.. 가끔 음악이 너무 좋을 때를 생각하면, 부모님의 기대와 희망을 생각하면 악기를 해야될 것 같고, 진로에 대한 제 생각이랑 부모님 생각이 다를 때면, 늘 현명한 판단을 하는 엄마 말을 듣는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께서 말씀하시기론, 저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엄마라 하셨는데, 그래서 음악을 하는게 낫다 하셨는데 그래서 더 엄마 말을 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지금은 음악을 하며, 레슨선생님과 부모님 품 안에, 그 보호 아래 있지만, 악기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게 된다면 제 미래는 다 제가 개척해나가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많이 두려워요. 음악을 하면서, 음대를 가고 미래를 생각하려 했는데, 공부로는 이과로 가야할지 문과로 가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공부를 하게 된다면, 수능을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정시로 대학을 가고 싶습니다. 원래 생각하던건 검정고시 성적으로 수시로 음대를 가는거였어요. 자퇴 한 후로도 부모님 몰래 공부는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엄마께서 제가 다시 진로를 악기에서 공부로 바꾸겠다 한다면 살기가 정말 힘들거라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다시 음악을 하겠다 했던, 열심히 해 보겠다 했던 며칠 전의 저도 너무 한심스럽네요.부모님께 정말 죄송합니다. 길고 정신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